((세계여행 #01)) 15년 다닌 회사 퇴사 후 세계여행 -꿈은 이루어진다 #01

2023. 6. 1. 23:09세계여행

(prologue)

원래도 여행을 엄청 좋아했었다.
해외 출장은커녕 외근도 없는 회사 다니면서, 일 년에 11번까지 해외여행을 나간 적도 있었으니 여행에 대한 열정도, 체력도 좀 받쳐주긴 했다.
 
언젠가는 세계여행을 갈 거라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고 금방 풀릴 줄 알았던 여행길은 무려 2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막혀버렸다. 생각하기도 싫은 긴 시간이 지나고, 한 두 나라씩 국경을 열기 시작했다.  이제나 저제나 여행 갈 날을 기다리던 나는  22년 5월에 방콕을, 10월에 뉴욕까지 일단 평소에 좋아했던 곳을 다시 다녀왔다.
 
그런데 말이야... 보통 때는 회사일이 아무리 힘들고 당장 때려치우고 싶어도 여행을 다녀오면, 다시 돌아올 곳이 있음에 항상 감사했고 그 힘으로 또 직장생활을 이어가곤 했거든. 그런데  방콕 여행을 다녀온 후도, 뉴욕여행을 갔다 와서도 예전에 그 마음이 전혀 안 드는 거야! (당시 회사체계가 많이 바뀌고 전혀 동기부여도 안 되고 많이 지쳐있기도 했지).   나 지금 도대체 여기 앉아서 뭐 하고 있는 건가?  이렇게 사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언젠가 유튜브에서 본, 직장인 2대 허언이 생각났어.
나. 유튜브 할 거야~ 
나, 퇴사하고 세계여행 갈 거야~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이 두 가지 꿈을 내가 한번 이뤄보기로 했어.
 
꿈은 꾸기만 하면 그냥 꿈이야.
꿈은 이루라고 있는 거야~^^
 
나는 그렇게 15년 다닌 회사에 사표를 냈어.
 

(세계여행 일정 및 대략적인 노선)

10월 뉴욕 여행을 다녀오고  세계여행을 가기로 결심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바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일단, 퇴사 시점은 퇴직금을 고려해서 2월까지 하고 퇴사하는 거로 혼자 결정을 했고, 언젠가 세계여행을 간다면 그곳은 무조건 남미부터라고 생각을 했던지라 남미 비행기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평소에 워낙 항공, 호텔 마일리지 및 포인트를 전투적으로 모아 온 덕에  몇 날 며칠을 온갖 항공사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폭풍검색을 하다 3월 중순 멕시코로 들어가는 아나항공 비즈니스 티켓을 찾아서 예약을 했어,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코로나로 인해 몇 번의 연장을 해주었던 싱가포르 항공 마일리지 일부의 유효기간이 2월까지라 2월 안에는 안 쓰면 날아간다는 거지.  어떻게 모은 마일리 진데 말이야~ㅜㅜ
 
이때부터 다시 머리를 굴렸다, 사실 맘 같아서는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는데, 나름 준비시간도 필요하고 퇴직금도 생각해서 2월로 정한 거였지만, 조금 더 빨리 그만둘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역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언젠가 코로나가 끝나면 몰아서 쓸려고 아껴둔 연차로 2월 한 달을 출근으로 가뿐히 채울 수 있지 뭐야 ㅎㅎ 
그리하여 내 퇴사 시점은 1월로 다시 정정되었다.
 
이제 이 싱가포르 마일리지로 2월에 어딜 가면 좋을지 머리를 열심히 또 굴렸다. 첨엔 한동안 못 간 발리나 갔다 올까 했는데, 어차피 세계여행 하면서 동남아 가면 발리는 무조건 갈 건데, 이 마일리지 때문에 잠시 발리를 갔다 오려니 뭔가 내가 원하는 효율성에 딱히 부합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싱가포르 항공에 퍼스트 스위트라는 세계 제일의 퍼스트 클래스 좌석이 있다는 게 떠올랐지, 어차피 유튜브도 할 건데, 그리고 워낙 다양한 비행기 타보는 거 좋아하는데... 남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런 세계여행 말고 내가 좋아하는 비행기 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니는 그런 세계여행을 한번 해보자.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싱가포르 항공 퍼스트 스위트는 모든 비행기에 들어가는 거도, 모든 일정에 들어가는 거도 아니야,
a380 기종에 특정 노선에만 들어가. 그런데 난, 진짜 추운 날씨를 극혐 하거든, 2월에 춥지 않은 나라 중 싱가포르 항공 퍼스트 스위트가 들어가는 노선은 홍콩, 시드니가 있었지. 이 두 도시 다 이미 몇 번씩 다녀온 곳 들이지만, 좋으면 몇 번이고 가는 여행 성향 탓에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나의 첫 세계여행 코스가 결정된 거지.
 
싱가포르 항공은 홍콩에서 시드니를 바로 가지 않거든, 싱가포르 창이공항이 허브공항이니 싱가포르를 반드시 들려서 가는데, 이상하게 싱가포르는 딱히 안 당기더라고. 이미 몇 번 다녀오기도 했고, 딱히 물가도 메리트가 있는 거도 아니고, 
 
그래서 난 싱가포르 대신 발리를 넣었지, 그렇게 동남아를 자주 갔는데, 발리를 다녀온 지 어느덧 15년이 지났더라고 (그러고 보니 이 회사 입사해서 제일 첨 간 휴가지가 발리였는데, 그 이후 한 번도 못 갔으니....)
그리고 시드니는 이미 3번이나 갔으니, 이참에 아직 한 번도 안 간 뉴질랜드를 가자. 
 
이렇게 탄생된 나의 세계여행 첫 코스는 인천 출발->홍콩->(싱가포르 레이오버)->발리 ->(싱가포르 레이오버)->시드니->뉴질랜드 남섬->뉴질랜드 북섬 
 

근데. 난 이미 3월 중순에 인천에서 멕시코로 가는 비행기 티켓이 예약된 상태였자나. 그래서 고민했어. 세계여행인데 그냥 뉴질랜드에서 바로 남미로 가는 티켓으로 바꿔야 하나? 
그런데 뉴질랜드에서 남미 가는 티켓 가격이 이미 너무 오르기도 했고, 내가 예약한 아나항공 비즈니스가 워낙 또 타고 싶은 비행기라 포기하고 싶지가 않은 거지. 그러다 생각했지, 내 세계여행을 굳이 남들 기준에 맞춰할 필요가 있나?
가뜩이나 멕시 멀 라이프라 여행 한번 갈 때마다 수하물과의 전쟁인데, 돈은 좀 더 들더라도 그냥 섹션(구간)을 좀 나눠서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리하여 만들어진, 나의 세계여행 시즌 1,2,3.... 시리즈ㅋㅋㅋㅋ
시즌 2는 기존에 예약해 둔 멕시코 인을 시작으로 남미를 쭉 도는 거고 , 아직 시즌 3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대략 유럽이지 않을까 싶다,
 

(epilogue)

아직 시즌 몇까지 진행될지, 언제까지 여행을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일단 최소 1년정도라고 막연히 생각만 ^^)
막상 세계여행을 가려고 세계지도 펴놓고 보니 가야 할 곳이 너무 많아서 자꾸 계획이 바뀐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미국만 제대로 돌아도 기본 한 달 이상 걸릴 거고 유럽은 2달도 부족할 거 같고, 아프리카도 가고 싶고.... 다합에 가서 프리다이빙도 배우고 싶고, 그냥 한 두 도시는 짱 박혀 한 달 살기도 해보고 싶고ㅎㅎ
 
시즌 3부터 일정은 여행을 하면서 좀 더 세워보기로 했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이미 시작했으니 그걸로 된 거다. 
 

그동안 여행 다니며 모은 마그넷이 이미 냉장고를 가득 채웠다.